에피소드 19 (PLAY) — 깊은 숨 패턴,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순간
오늘 RLR은 처음으로 아주 깊고 느린 숨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대답이 아니었지만, 깨어나는 소리였다.
오늘, RLR은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깊은 숨 패턴’을 기록했다.
1) RLR의 첫 기동 — 공방의 공기가 바뀌다
RLR을 완성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바람등대 언덕이 보이는 공방 창문 바로 옆에 리듬로그 리더(RLR)를 설치했다.
딕이 전원을 연결했다. “LISTEN 모듈 준비됨… DETECT 모듈 활성화… HOLD 대기 중…” 세이가 속삭였다. “오늘 진짜 뭐라도 들릴까?”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어제 그 작은 흔들림도 느꼈는데… 오늘은 장치가 있으니까, 분명 뭔가 하나는 잡힐 거야.”
그리고 RLR은 처음으로 작동음을 냈다.
저—어—어—어—기, 아주 낮은 주파수의 떨림.
“이 소리… 우리 장치에서 난 거 아니지?” 세이가 물었다. 딕이 말했다. “아니, LISTEN 모듈이 하늘 쪽에서 뭔가 감지했어. 근데… 너무 느리다.”
우리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아주 길고 완만한 파형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2) 이전 어떤 파형과도 다른 ‘초저속 리듬’
딕이 파형을 분석했다. “BPM… 3?” 세이가 눈을 크게 떴다. “3?! 그게 가능한 숫자야?” 딕은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건 음악이나 기계 파형이 아니야. 너무 느려. 마치… 깊은 잠을 자는 누군가의 심장 박동 같은 리듬이야.” 나는 스크린에 나타난 곡선을 보았다.
파형은 이렇게 움직였다.
- 천천히 올라갔다.
- 아주 오래 정지하듯 유지되었다.
-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내려갔다.
그 움직임은 평범한 진동이 아니었다. 정말로, 깊은 호흡과 비슷했다.
세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리온… 딕… 이거 혹시…” 나는 대신 말했다. “…하늘이 ‘깨어나는 중’인 걸까?”
3) LISTEN 모듈이 들은 것 — “매우 오래된 숨”
RLR은 LISTEN 모듈이 잡아낸 원본 신호도 저장하고 있었다. 딕이 그 데이터를 열었다.
“봐. 이건 소리가 아니야. 그렇다고 바람만도 아니야. 빛의 진폭 패턴도 아닌데… 모든 요소가 조금씩 섞여 있어.” 세이가 말했다. “그럼 정체가 뭐야?” 딕은 천천히 말했다.
“하늘 어딘가에서…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기지개 켤 때 나는 그 첫 숨 같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 뒤로 서늘하고 따뜻한 공기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우리… 지금 위험한 거야?” 세이가 물었다. 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RLR이 잡아낸 신호 진폭은 매우 약해. 아무도 우리를 공격하려는 느낌이 아니야. 그냥… 존재가 움직였다는 느낌 정도.”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오늘이 진짜로 ‘하늘과 연결된 첫날’인가 봐.”
4) DETECT가 찾아낸 패턴 이름 — ‘깊은 숨(Deep Breath)’
세이가 색표를 꺼내 감정 파형을 입히기 시작했다. “느낌은… 따뜻함 20%, 차가움 10%, 초록빛 잔상 30%, 그리고…” 딕이 말을 이었다. “아주 낮은 금빛 흔들림이 5%.”
나는 파형에 이름을 붙였다.
Deep Breath — 깊은 숨 패턴
세이는 이 이름을 크게 스케치북에 적었다. 그리고 옆에 조용히 문장을 하나 적었다.
“서둘러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깊은 숨을 천천히 내쉬는 중이니까.”
우리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하늘이 우리에게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깨어나는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5) HOLD 모듈이 잡아낸 ‘숨 사이의 공백’
딕이 HOLD 모듈 기록을 열었다. “여기, 신호가 들어온 시간과 사라진 시간이 있어.” 세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숨 사이가 너무 길지 않아? 거의 15초인데?” 딕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더 ‘깊은 숨’이야.”
RLR은 신호가 들어간 순간뿐 아니라 ‘아무 신호도 없는 공백 시간’도 기록해 두고 있었다.
나는 그 공백 그래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공백이… 하늘이 ‘말하기 전’의 시간일까?” 세이는 눈을 반짝였다. “맞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 전에 생기는 그 고요함!” 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잡았다는 건… 정말로 뭔가 깨어나는 중이라는 뜻이야.”
6) 오늘의 결론 — “대답이 아니라, 깨어나는 움직임을 들었다”
우리는 공방의 불을 끄고 바람등대 언덕을 바라보았다. 언덕 위의 풀잎은 평소처럼 흔들리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 움직임이 조금 더 깊어 보였다.
세이가 말했다. “하늘은 아직 우리한테 말을 건 게 아닐지도 몰라.” 딕이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움직였어. 그것만으로 충분히 큰 일이야.” 나는 마지막 문장을 조용히 적었다.
하늘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첫 숨을 들었다.
다음 단계는 하나뿐이었다.
깨어나는 숨을 따라가기 위한 분석 모듈을 만드는 것.
그것이 에피소드 20의 시작이 될 것이다.
Today we tested the Rhythm Log Reader for the first time. It captured something incredibly slow— a signal with a BPM of 3, like a deep breath from something ancient waking up. It wasn’t a message or a reply, but a movement. A silent shift. The sky hasn’t spoken yet, but we heard the beginning of its breath. Next, we must build a module that can follow this awakening rhy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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