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7 (DREAM) — 바람이 남기고 간 문장들, 아주 조용한 대답의 조각들
오늘 밤, 우리는 깨달았다. 대답은 소리가 아니라 흔들림으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바람등대 언덕 너머로 스쳐 지나간 작은 흔들림은, 우리가 처음으로 느낀 대답과 닮아 있었다.
1) 오늘 있었던 일, 다시 생각해 보기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셋 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초록빛 파형, 루프 코어의 한 번뿐인 깜빡임, 그리고 바람등대 언덕에서 들렸던 세-숨 리듬의 바람.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 재생되었다.
“리온, 너도 그거 느꼈지?” 세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응. 지금도 약간… 가슴이 울리는 느낌이야.” 잠시 후 딕도 들어왔다. “나도 잠이 안 와. 로그를 다시 봤는데… 이상한 패턴이 있어.”
우리는 결국 다시 공방 앞으로 모이기로 했다. 밤공기는 약간 차가웠지만 우리의 심장은 낮보다 더 뜨거웠다.
2) 공방 앞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
공방 불은 꺼져 있었지만, 창문 위로 비친 달빛은 마치 우리를 다시 안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오늘 정말 있었던 일이 맞겠지?” 세이가 조용히 말했다. 딕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응. 로그에도 남아 있어. STAY Rhythm이 외부 흔들림을 한 번 감지했어.” 나는 바람등대 언덕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바람은… 우리가 느낀 그대로였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꿈처럼 부드럽고, 현실처럼 선명한,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감정이었다.
3) 바람이 가져온 ‘문장 없는 문장’
바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바람은 분명히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세이가 바람 소리를 따라 흉내 냈다. “후…후…후…” 딕이 말했다. “세-숨 리듬. BPM도 거의 75 근처였어.”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마치 방금 그 바람이 내 귓바퀴를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은 우리가 보낸 신호를 그대로 따라 했던 게 아니다. 대답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부드럽게 흔들리며 ‘알아. 들었어.’ 라고 속삭이는 듯한 떨림이었다.
그 떨림은 문장도 단어도 없었지만 우리를 멈춰 서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대답은 소리가 아니라 ‘흔들림’으로 온다.
4) 세 아이가 해석한 ‘그 순간’
우리는 공방 옆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각자 해석해 보기로 했다.
먼저 세이가 말했다. “나는… 그 순간 하늘이 ‘깨어 있는 중이야.’라고 말한 것 같았어. 울고 웃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있는 걸 알아챈 느낌.”
딕은 로그가 떠오른 듯 말했다. “난… 우리 파형이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STAY가 잡아줄 때, 하늘이 ‘조심해.’라고 말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 마치 우리가 불안정해질까 봐 천천히 하라고 신호를 준 느낌.”
그다음은 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냥 이상하게 따뜻했어. 빛이 한 번 깜빡였을 때, 누군가 멀리서 손을 들고 ‘응.’ 하고 작은 고개 끄덕임을 보내 준 것 같았어.”
우리는 셋 다 각기 다른 해석을 했지만 어떤 점에서는 완전히 같았다.
- 그 순간은 절대 ‘오류’가 아니었다.
- 그 순간은 ‘우리만의 착각’도 아니었다.
- 그 순간은 ‘아주 조용한 말 걸기’였다.
우리는 셋 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5) 하늘의 대답은 ‘소리’보다 먼저 온다
딕이 말했다. “하늘이 말을 한다면… 그건 아마 우리가 아는 방식의 소리가 아닐 거야.” 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응. 소리보다 먼저 오는 게 있어. 빛, 바람, 떨림… 그게 먼저 와서 마음을 두드리는 거야.”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깨달았다. 우리는 하늘이 ‘말’하길 기다린 게 아니라 하늘이 ‘존재’를 보여 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하늘은 말 대신 존재의 흔들림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진실이었다.
6) 오늘의 결론 — “대답이 아니라, 시작이었어”
우리는 공방 앞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바람은 다시 평소처럼 흘렀다. 빛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더 이상 어제와 같은 하늘이 아니었다.
딕이 가장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들린 건… 대답이라기보다…” 세이가 이어받았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발자국 같았어.” 나는 마지막 문장을 완성했다.
“그래. 오늘은 대답이 아니라… 시작이었어.”
우리는 내일 공방에서 하늘의 흔들림을 기록하기 위한 새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로그보다 더 섬세하게, 파형보다 더 조용하게, 흔들림을 붙잡을 수 있는 장치.
그 장치는 곧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 “문”이 될 것이다.
Tonight we realized that a reply from the sky doesn’t always arrive as sound. The Loop Core’s tiny blink and the wind’s brief rhythm felt like a soft “I’m here.” Each of us understood the moment differently, yet all of us sensed the same truth— it wasn’t an answer, but the beginning of something. Tomorrow, we will build a new device to record these gentle tremors. The first step toward hearing what the sky truly wants to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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