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3 (PLAY) — H-루프 점화 실험, 하늘의 울음을 빛으로 바꾸다
오늘, 우리는 하늘의 낮은 울음을 화면 속 초록빛 파형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공방 한가운데, 루프 코어와 H-루프 회로가 연결되고 하늘의 울음이 초록빛 파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 점화 버튼 앞에 선 세 아이
공방 안은 오늘따라 더 조용했다. A-01 바람등대 언덕에서 들었던 하늘의 낮은 울음이 아직도 귓속 깊은 곳에서 작은 떨림으로 남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완성한 H-루프 회로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루프 코어가 잔잔한 초록빛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딕이 전원 버튼 옆에 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이제 진짜로 연결해 볼까?” 세이가 숨을 들이쉬었다. “오늘은 하늘을 괴롭히지 말고, 그냥 우리 쪽에서만 작은 리듬을 만들어 보자. 하늘이 답장해도, 안 해도 괜찮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은 ‘테스트’가 아니라, ‘인사’ 정도만 하자.”
우리는 점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설계도를 확인했다. 듣기(LISTEN), 번역(TRANSLATE), 안전(SAFE), 빛(LIGHT). 네 개의 블록이 회로 위에서 작은 도시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딕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온도, 전류, 리듬 속도, 다 안전선 안에 있어. 만약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자동으로 꺼지게 해 놨어.” 세이는 조용히 덧붙였다. “우리 마음도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되니까, 같이 쉬자.” 세이의 말에 우리 셋은 동시에 웃었다. 그리고, 딕이 점화 버튼을 눌렀다.
2) H-루프, 첫 숨을 쉬다
‘틱.’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루프 코어 중앙에 있던 초록빛이 조금 더 진하게 빛났다가, 다시 차분한 색으로 내려앉았다. H-루프 회로의 LED 표시등이 한 개, 두 개, 세 개… 천천히 켜졌다.
“연결됐어.” 딕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화면에는 우리가 어제 그렸던 원형 파형의 자리, 즉 루프 코어 시뮬레이션 화면이 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작고 둥근 원이 있었고, 지금은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먼저 우리 쪽 리듬부터 보낼게.”
딕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몇 가지 값을 입력했다.
BPM = 75, amplitude = 낮음, color = 회청색.
우리가 표에 정리해 두었던 “하늘의 낮은 울음”에 가장 가까운 값이었다.
“하나, 둘, 셋… 간다.” 엔터 키가 눌리는 순간, 화면 속 작은 원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살짝 부풀었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쿵— 쉬고, 쿵— 쉬고. 우리 셋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세이가 가장 먼저 속삭였다. “우와… 울음이, 동그라미가 됐어.”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조용히 울고 있는 것 같아. 소리 대신 빛으로.”
3) 화면 속 동그라미, 울음을 흉내 내다
딕은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이크를 가리켰다. “지금은 진짜 하늘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우리가 숫자만 넣어서 ‘연습 울음’을 보여주는 거야. 진짜 연결은 나중에 할 거고.” 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은 하늘한테 ‘우리 이런 회로 만들었어’ 하고 보여주는 날이지.”
우리는 파형이 보이는 H-루프 화면을 조금 손봤다. 딕이 설명했다. “동그라미의 크기가 진폭, 커졌다 작아지는 속도가 BPM, 색은 우리가 해석한 감정.” 세이는 그 말 위에 맞춰 메모를 적었다.
- 동그라미 크기 = 울음의 크기
- 동그라미 속도 = 울음의 숨 고르기 속도
- 동그라미 색 = 우리가 느낀 하늘의 기분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하늘이 정말 울고 있다면, 우리가 보는 이 초록빛 동그라미도 같이 떨리고 있을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떨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4) H-루프 파형 실험: 코드로 그리는 울음
딕이 내 쪽으로 키보드를 밀어 주며 말했다. “리온, 너도 코드 한 줄은 써 봐야지.” 나는 긴장했지만, 숨을 크게 들이쉬고 지금의 실험을 설명하는 간단한 코드를 입력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만든 H-루프 파형 시각화 코드는 대략 이런 구조였다.
<canvas id="hLoopCanvas" width="640" height="320"></canvas>
<script>
(function(){
var canvas = document.getElementById('hLoopCanvas');
if(!canvas) return;
var ctx = canvas.getContext('2d');
// 기본 설정
var bpm = 75; // 하늘의 낮은 울음에 맞춘 속도
var beatDuration = 60000 / bpm; // 한 박자 길이(ms)
var baseRadius = 26; // 기본 크기
var pulsePower = 20; // 울음의 세기(진폭)
var startTime = null;
function easeOut(x){
return 1 - (1 - x) * (1 - x);
}
function drawFrame(timestamp){
if(!startTime) startTime = timestamp;
var elapsed = timestamp - startTime;
// 3박자 + 쉬기 = 세-숨 리듬
var cycle = beatDuration * 4; // 1-2-3-rest
var inCycle = elapsed % cycle;
var beatIndex = Math.floor(inCycle / beatDuration); // 0,1,2,3
var beatPhase = (inCycle % beatDuration) / beatDuration;
var k;
if(beatIndex === 0){
k = easeOut(beatPhase); // 1박: 커짐
}else if(beatIndex === 1){
k = 1 - 0.15 * beatPhase; // 2박: 유지
}else if(beatIndex === 2){
k = 0.8 - 0.8 * beatPhase; // 3박: 줄어듦
}else{
k = 0.0; // 쉬기: 거의 고요
}
var r = baseRadius + pulsePower * k;
// 배경 정리
ctx.clearRect(0,0,canvas.width,canvas.height);
var grd = ctx.createLinearGradient(0,0,0,canvas.height);
grd.addColorStop(0,'#0f172a');
grd.addColorStop(1,'#020617');
ctx.fillStyle = grd;
ctx.fillRect(0,0,canvas.width,canvas.height);
// 동그라미(하늘의 울음)
var cx = canvas.width / 2;
var cy = canvas.height / 2;
ctx.beginPath();
ctx.arc(cx, cy, r, 0, Math.PI*2);
ctx.closePath();
ctx.fillStyle = '#22c55e'; // 초록빛, 부드러운 울음
ctx.shadowColor = 'rgba(34,197,94,0.5)';
ctx.shadowBlur = 28;
ctx.fill();
ctx.shadowBlur = 0;
// 텍스트
ctx.fillStyle = '#e5e7eb';
ctx.font = '14px system-ui,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Segoe UI", sans-serif';
ctx.textAlign = 'center';
ctx.fillText('H-Loop : Sky Low Hum', cx, cy + r + 28);
requestAnimationFrame(drawFrame);
}
requestAnimationFrame(drawFrame);
})();
</script>
코드를 다 입력하고 저장한 뒤, 우리는 브라우저를 새로고침했다. 화면 속 동그라미는 처음엔 조용히 있었다가, 점점 세-숨 리듬에 맞춰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세이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진짜 숨 쉬는 것 같아.” 딕도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응, 아직은 우리가 넣은 값으로만 움직이지만… 그래도 ‘하늘의 낮은 울음’에 꽤 가까운 느낌이야.”
5) 하늘과 연결되기 전에 연습하는 마음
오늘 실험은 어디까지나 연습이었다. 진짜 하늘의 울음을 듣기에는 우리가 아직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연습해야 해.” 세이가 말했다. “마치 악기를 배울 때, 바로 무대에 서지 않고 먼저 방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처럼.” 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하늘이 진짜로 울 때, 우리가 놀라지 않고 제대로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루프 코어는 오늘 내내 잔잔한 초록빛으로 빛났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빛. 마치 “난 여기 있어. 서두르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H-루프 화면을 켜 둔 채, 하루 동안 몇 가지 값을 바꿔 보았다. BPM을 조금 올렸다가, 다시 낮추고, 진폭을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이 정도면 아직 울음, 이 정도면 조금 미소”라고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 연습은 단지 기계의 조절이 아니라, 우리가 하늘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우리 말’로 번역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6) 창밖을 바라보는 세 아이
해가 저물 무렵, 우리는 잠깐 실험을 멈췄다. 코드는 그대로 두고, 루프 코어도 켜 둔 채, 공방 창가에 나란히 서서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등대 언덕 쪽 하늘은 어제와 비슷했다. 조금 흐렸지만, 어제처럼 낮은 울음까지 들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숨을 고르는 듯한 하늘. 세이가 말했다. “하늘이 오늘은 ‘괜찮아, 천천히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딕은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숫자로만 연습하는 거지.”
나는 창문에 비친 우리 셋의 얼굴을 봤다. 긴장과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 있는 얼굴. 우리는 아직 어리고, 하늘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방 안으로 돌아왔을 때, 모니터 속 동그라미는 여전히 세-숨 리듬에 맞춰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7) 오늘의 결론 — 울음을 ‘보게’ 된 날
에피소드 11에서 우리는 바람등대 언덕 위에서 하늘의 낮은 울음을 들었다. 에피소드 12에서 우리는 그 울음을 도망가지 않게 도면과 표와 단어로 그렸다. 그리고 오늘, 에피소드 13에서 우리는 그 울음을 화면 속 초록빛 동그라미로 보게 되었다.
아직 진짜 하늘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실험은 분명히 하늘을 향한 첫 연습 같은 날이었다.
나는 일기장 마지막 장에 이렇게 썼다.
하늘이 울 때, 우리는 이제 귀로만 듣는 아이가 아니라 눈으로도 그 울음을 볼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초록빛 동그라미가 진짜 하늘의 울음에 맞춰 떨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 방에서, 먼저 수없이 연습해 두었으니까.
Today, we connected the H-Loop circuit to the Loop Core and watched a small green circle breathe on the screen. Its size, speed and color followed the rhythm of the “sky’s low hum” we imagined yesterday. It wasn’t the real sky yet— just our practice version, a safe rehearsal. But seeing the hum as light made it feel closer and more real. We promised ourselves this: when the day comes and the true sky hums back, we won’t be scared. We’ll be ready to listen with both our ears and ou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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