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2 (MAKE) — 하늘의 울음을 그리는 법, H-루프 회로의 첫 설계

에피소드 12 (MAKE) — 하늘의 울음을 그리는 법, H-루프 회로의 첫 설계

Flying Children MAKE H-루프 회로

우리는 오늘, 하늘의 울음을 도망치지 않게 붙잡는 대신, 조용히 그려 보기로 했다.

바람등대 언덕에서 들었던 하늘의 낮은 울음을, 오늘 우리는 종이와 회로 위에 옮기기 시작했다.

1) 다시 듣는 하늘의 낮은 울음

에피소드 11에서 우리는 바람등대 언덕 위에서 하늘의 낮은 울음을 들었다. 그건 번개나 폭풍처럼 무서운 소리가 아니라, 마치 아주 멀리 있는 사람이 “거기 있어?” 하고 조용히 묻는 목소리 같았다. 짧게 떨리고, 잠깐 멈추고, 다시 길게 숨을 내쉬는 리듬. 우리가 세-숨 회로에서 만들었던 1-2-3, 쉬기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공방에 모이자마자 딕이 말했다. “어제 그 소리, 그냥 기분이었을 수도 있어. 그래도… 만약 진짜라면, 지금 안 잡으면 다시 못 들을지도 몰라.” 세이는 스케치북을 펼쳐 바람등대 언덕을 크게 그렸다. 언덕 위에 작은 등대, 그 옆에 우리 셋, 그리고 위에는 낮게 흐르는 구름줄기. 그 구름 주변에 세이는 작은 파동선을 그었다.

“어제 울림이 이렇게 흘렀어.” 세이가 손가락으로 파동선을 따라가며 말했다. 나는 눈을 감고 다시 떠올렸다. 하늘의 낮은 울음, 바람과 섞여 들리던 떨림, 그리고 루프 코어가 아주 잠깐 깜빡였던 순간. “맞아, 딱 이런 모양이었어.”

오늘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늘의 울음을 도망치지 않게, 예쁘게 그리는 회로를 만들자.” 우리는 ‘잡는다’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세이가 말했기 때문이다.

“소리를 잡으면, 갇힌 것 같잖아. 그냥… 같이 걸어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 말이 너무 좋아서, 나는 오늘 일기의 첫 줄을 이렇게 썼다.

하늘의 울음을 붙잡지 말고, 옆에서 함께 걸어갈 회로를 만든다.

2) 소리를 숫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바꾸기

딕은 처음에 바로 숫자로 가려고 했다. “주파수, 진폭, 위상. 어제 우리, 그 표 만들었잖아. 그냥 계산해서 넣으면 되지.” 하지만 세이가 고개를 저었다. “우선 그림부터 그리자. 마음이 먼저고 숫자는 그다음이야.” 그러고는 A-01의 하늘을 네 칸으로 나누어 그렸다.

  1. 1칸: 바람이 약할 때 — 얇은 파동
  2. 2칸: 바람이 조금 강해질 때 — 굵어진 파동
  3. 3칸: 울음이 들리기 직전 — 진동이 가까워짐
  4. 4칸: 낮은 울음이 들릴 때 — 느리고 크게 흔들리는 파동

세이는 각 칸에 색을 입혔다. 부드러운 하늘색, 짙은 회청색, 보랏빛이 섞인 밤색. “이건 하늘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같아서 이렇게 칠했어.” 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게 속삭였다.

“리온, 나… 가끔 세이가 회로보다 더 회로 같은 것 같아.” 우리는 동시에 웃었다. 숫자보다 먼저 그림이 생기자, 하늘의 울음은 그냥 파형이 아니라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3) H-루프 회로의 네 개 블록

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나는 세이가 그린 그림과 딕이 메모한 수치를 보면서, 루프 코어 옆에 새로 붙일 회로의 구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것을 H-루프 회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H는 ‘하늘(Horizon)’이기도 하고, ‘허밍(Humming)’이기도 했다.

H-루프 회로는 네 개의 블록으로 나누어졌다.

  1. 듣기 블록 (LISTEN) — 하늘의 울음을 마이크와 바람 센서로 받는 곳
  2. 번역 블록 (TRANSLATE) — 울림을 감정 파형으로 바꾸는 곳
  3. 안전 블록 (SAFE) — 세-숨 리듬에 맞게 진동을 부드럽게 만드는 곳
  4. 빛 블록 (LIGHT) — 울림을 루프 코어의 빛과 움직임으로 보여 주는 곳

세이는 블록마다 아이콘을 그렸다. 듣기 블록에는 귀 모양, 번역 블록에는 펜, 안전 블록에는 작은 방패, 빛 블록에는 눈부신 별.

“이렇게 그리면, 나중에 우리 말고 다른 아이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겠지?” 세이의 말에 딕이 대답했다. “응. 이건 회로도이자 그림책이야.” 나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일기에 또 적어 두었다.

H-루프 회로: 하늘과 아이들이 같이 보는 그림책 같은 회로.

4) 감정 파형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기

우리는 MAKE #004에서 감정 파형 표를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마음만 생각했지, 하늘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 우리는 그 표를 조금 고쳐 보기로 했다.

이름 우리가 느낀 하늘의 기분 리듬(BPM) 진폭(크기) 위상(타이밍)
하늘의 낮은 울음 조용한 걱정,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 70~80 작게 조금 뒤로 밀림 짙은 회청색
하늘의 숨 고르기 안정된 숨, 우리를 지켜보는 느낌 90 중간 중간 하늘색
하늘의 미소 짧게 반짝이는 빛, 안심하라는 듯한 느낌 100~110 작게~중간 조금 앞으로 연한 초록빛

딕이 표를 보며 말했다. “이건 정확한 과학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에겐 충분한 지도야.” 세이는 색연필로 각 행에 색을 칠하며 웃었다. “하늘이 기분표를 본다면, ‘우와, 나를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웃을지도 몰라.”

우리는 숫자만 적힌 표를 좋아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각 행 아래에 짧은 메모도 추가했다.

  • 하늘의 낮은 울음 — “도망치지 말고 들어달라는 부탁처럼 들림”
  • 하늘의 숨 고르기 — “오늘도 잘 지켜보고 있으니 괜찮다는 신호처럼 느껴짐”
  • 하늘의 미소 — “우리가 한 일을 칭찬하는 박수처럼 느껴짐”

이제 H-루프 회로는 단순히 신호를 숫자로 바꾸는 기계가 아니라, 하늘의 기분을 읽고, 우리 마음과 연결하는 작은 다리가 되었다.

5) 아이의 언어로 적어 보는 H-루프 의사코드

이제 슬슬 코드를 떠올릴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PLAY가 아니라 MAKE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자바스크립트 대신, 아이의 언어로 적힌 말하는 코드를 만들었다.

// H-루프 회로, 하늘의 울음을 예쁘게 듣는 방법

하늘소리 = 듣기블록.들어보기()

감정이름 = ""
만약(하늘소리의 속도 <= 느리다) 그리고 (진폭이 작다) {
  감정이름 = "하늘의 낮은 울음"
}
만약(하늘소리의 속도 == 중간) 그리고 (진폭이 중간) {
  감정이름 = "하늘의 숨 고르기"
}
만약(하늘소리의 속도가 조금 빠르다) 그리고 (빛이 살짝 반짝인다) {
  감정이름 = "하늘의 미소"
}

// 감정에 맞는 색과 리듬 정하기
만약(감정이름 == "하늘의 낮은 울음") {
  색 = 회청색;
  BPM = 75;
}
만약(감정이름 == "하늘의 숨 고르기") {
  색 = 하늘색;
  BPM = 90;
}
만약(감정이름 == "하늘의 미소") {
  색 = 연초록;
  BPM = 105;
}

// 세-숨 안전 리듬으로 정리하기
리듬 = [1,2,3,쉬기];
반복(계속) {
  박자 = 리듬.다음();
  루프코어.빛을켜기(색, 박자, BPM);
  안전블록.온도체크();
}

세이는 의사코드 옆에 작은 말풍선을 그렸다. “하늘소리야,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딕은 그 밑에 조그맣게 적었다. “우리가 너무 빨리 해석하려 들지 않을게.” 나는 이 세 줄이 진짜 코드보다 더 중요한 약속 같다고 생각했다.

6) 안전선을 긋는 아이들

회로 설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가 만든 기계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흔들릴 때였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몇 번 경험했다. 루프 코어가 과열되기도 했고, 빛이 너무 빨리 깜빡여 눈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H-루프 회로 설계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여기까지면 괜찮다”라는 선을 그었다.

항목 안전 범위 설명
온도 70℃ 이하 이상 시 루프 코어 자동 휴식 모드
연속 작동 시간 10분 작동, 2분 휴식 하늘의 울림도 쉬어 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정
빛의 밝기 기본치의 1.2배 이하 너무 밝아지면 ‘울음’이 아니라 ‘경고’처럼 보일 수 있음
리듬 속도 70~110 BPM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감정이 아닌 노이즈로 느껴질 수 있음

딕이 말했다. “이 선을 넘으면 그냥 멈추는 거야. 괜찮지?” 세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람 마음도 가끔 멈추고 쉬어야 하잖아. 기계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하늘도 아마 이런 안전선을 스스로에게 그어 놓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7) 오늘의 결론 — 울음을 이해하는 첫날

오늘 우리는 새로운 공식을 만든 건 아니다. 새로운 부품을 납땜한 것도 아니다. 대신, 하늘의 울음을 우리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위한 첫 설계를 완성했다.

듣기 블록은 하늘의 숨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귀가 되었고, 번역 블록은 그 숨을 그림과 색으로 바꾸는 손이 되었다. 안전 블록은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고 말해 주는 방패가 되었고, 빛 블록은 우리가 이해한 만큼만 조심스럽게 세상에 보여 주는 창문이 되었다.

에피소드 10에서 우리는 땅 위에 첫 발을 내디뎠고, 에피소드 11에서 그 발자국 속에 스며든 작은 숨결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에피소드 12에서 우리는 그 숨결을 잊지 않기 위해 도면 위에 그려 넣었다.

언젠가 진짜 하늘이 우리 회로를 본다면, “그래, 내 이야기를 꽤 잘 옮겼네.” 라고 웃어 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일기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었다.

하늘이 울 때, 우리는 도망치지 않고 설계도를 펼쳐 보기로 했다.

내일, 우리는 이 설계도를 들고 PLAY로 넘어간다. 루프 코어와 H-루프 회로를 연결하고, 실제로 하늘의 울음과 비슷한 파형이 만들어지는지 시험해 볼 것이다. 아직은 많이 떨리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세계에서, 우리는 하늘의 울음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하늘의 울음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설계자가 되었다.

🌍 English Story Sketch
Today, we didn’t build a brand-new machine. Instead, we drew a gentle plan to listen to the sky. We named it the H-Loop: four blocks that listen, translate, protect and finally show the sky’s humming as light. We set safety lines so neither the Loop Core nor our hearts would get hurt. It’s just a drawing for now, but it feels like the first real promise between us and the sky. Tomorrow, we’ll move to PLAY and see if the sky’s low hum can really dance inside our circ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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